스마트폰 화면 속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이 온갖 자극을 쏟아내며 인간을 유혹하는 시대. 빼앗긴 주의력을 되찾자는 이색적인 사회 운동이 미국 뉴욕에서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덜 쓰는 ‘디지털 디톡스’가 아니다. 사용자의 시선과 클릭, 화면에 머무는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주의력 경제)’에서 벗어나 주의력을 다시 인간의 것으로 돌려놓자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중심에 뉴욕 비영리 단체 ‘급진적 주의력 학교(Strother School of Radical Attention)’ 공동 설립자이자 프로그램 디렉터인 피터 슈미트가 있다. 최근 뉴욕 브루클린에서 만난 슈미트는 “우리가 되살리려는 것은 개인의 집중력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관심을 기울이고 세상을 함께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 학교의 대면·온라인 프로그램에는 약 3500명이 참여했고, 대표 프로그램인 ‘주의력 실험실(Attention Lab)’은 스페인·아일랜드·영국·브라질 등으로 퍼지고 있다.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작가이자 활동가인 슈미트는 2015년 프린스턴대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볼리비아에서 9개월을 보냈다. 그때 살던 집에는 인터넷이 없었고, 스마트폰 아닌 휴대전화만 사용했다. 그는 이 시기를 “내 인생에서 지적으로 가장 자극적이었던 해”라고 회고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것도 주의를 기울이는 하나의 방식이지요.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 한 가지 형태의 주의가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슈미트는 그 배경에 ‘휴먼 프래킹’이 있다고 본다. 빅테크 기업이 인간의 주의력을 자원처럼 추출해 돈을 버는 현상을 석유·가스 채굴법 ‘프래킹’에 빗댄 말이다. 그는 “프래킹이 땅속 암반을 깨뜨려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듯 기업들이 우리의 주의를 추출한다”고 했다. 빅테크가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선을 붙잡아 광고와 수익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정신과 감각이라는 내면의 환경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그는 “기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가장 내밀한 부분까지 돈으로 바꾸려는 비즈니스 모델에 맞서는 것”이라고 했다. AI의 확산은 이런 ‘주의력 쟁탈전’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AI가 개인의 행동과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눈을 떼기 어려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AI가 인간의 행동을 측정하고 대응하는 능력까지 갖추면서 우리의 주의를 ‘채굴’하는 능력은 훨씬 강력해질 것”이라고 했다.
해법으로는 ‘공부·탐구(Study)’ ‘보호 공간(Sanctuary)’ ‘연대·조직화(Coalition)’를 제시한다. 주의력 실험실과 세미나에서 사람들이 직접 집중하고 관찰하는 훈련을 하고, 카페·식당·도서관·종교 시설 등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의 방해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주의력 보호 공간’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이를 지역 사회와 전국 단위 네트워크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혼자서 휴대전화를 끄는 ‘개인 운동’이 아니라 여럿이 연대해 ‘팀 근육’을 키우자는 취지다.
슈미트는 한국에 대해서도 “여러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건강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주의력 경제의 구조에 상당 부분 편입된 사회”라며 “한국도 이런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했다.
“빅테크 유혹에 빼앗긴 인간의 시선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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