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제4기 독자위원회가 지난 3일 올해 네 번째 회의를 열고 최근 2개월간의 보도를 평가하고, 언론이 해나가야 할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회의에는 김재신 김앤장 고문(독자위원장),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특임석좌교수, 조미현 현암사 대표, 조수진 장로회신학대 교수(이상 독자위원), 손병호 정치사회담당 부국장(간사)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에 따른 물 부족 문제를 짚은 ‘목마른 AI, 닥쳐올 물 청구서’, 네팔 대홍수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조명한 기사, 청년층의 주거 문제를 다룬 ‘부동산 전쟁: 30대 리포트’ 등을 주목할 만한 보도로 꼽았다. ‘이경원의 질문’ 인터뷰와 장애인 목회자의 현실을 다룬 미션면 기사에도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언론이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경고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과학·경제 문해력을 높이는 언론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이하 발언 요지).

△이재묵 위원 =청년층이 집권 세력에 등을 돌리는 현상을 다룬 분석 기사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청년 인재 영입을 넘어 실제로 청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짚었다. 다만 청년층의 성향과 처지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청년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여당 권리당원 심층 인터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익명 인용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

‘석 달 후 트럼프 운명이 상원 4석에 걸려 있다’를 비롯해 특파원의 미국 중간선거 관련 기획도 관심 있게 봤다. 최근 한·미 관계 역시 미국 정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이런 뉴스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장애인 목회자의 어려움을 다룬 ‘이력서 100장 냈지만… 어느 장애인 목사의 호소’는 국민일보의 정체성과 강점을 잘 살린 기사였다. ‘복붙 학생부 현실인데 공공 컨설팅으로 버티라고?’ 같은 교육전문기자의 기사들도 관심 있게 읽었다.

‘연봉 1억의 현실, 월 수령액 650만원’, ‘월세 62만원에 관리비 8만원, 대학생들 원룸 떠나 고시원으로’ 기사가 있었는데, 일부 사례가 마치 전체의 현실인 것처럼 비칠 수 있었다. 그런 식의 일반화와 과장은 경계했으면 한다.

△조수진 위원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기온 상승과 빙하 유실 등이 겹친 ‘복합 재난’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 돋보였다. 이를 계기로 국민일보가 기후변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캠페인을 펼치면 좋겠다. 특히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크리스천의 실천 방안 등을 제시한다면 국민일보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논문과 연구 결과를 활용한 시의성 있는 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고령 운전자 사고나 부동산 문제를 검증된 연구 결과에 현장의 목소리를 더해 보도했는데 기사의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

미션면의 ‘AI시대 나침판 제우스의 환대’처럼 신학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해석한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기사에 영상이 연결된다고 안내된 QR코드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아 아쉬웠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인터뷰에서 강조한 ‘과학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 내용에 공감했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역량인 만큼 국민일보가 이에 도움을 주는 보도를 많이 해주기 바란다. 가을에 교단 총회가 많이 예정돼 있는데 국민일보가 눈치 보지 말고 교단들의 문제점이나 극복해야 할 과제를 충실히 보도해 달라.

△장경섭 위원 =네팔 사태 첫날부터 국민일보의 보도가 상당히 두드러졌다. 이런 대응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닌 만큼 그동안 축적된 역량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네팔 사태를 계기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 공동체’ 개념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위험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어 어느 한 사회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공동의 대응을 통해 위험을 극복하고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개념이다. 네팔에서와 같은 기후위기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를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위기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이런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민일보가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동산 전쟁: 30대 리포트’ 역시 반갑게 봤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중요한 안전판이자 수도권에서는 일종의 화폐와 같은 의미까지 갖는다. 청년들에게는 여기에 정서적·상징적 의미도 더해진다. 따라서 청년 주거 문제를 단순히 저렴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국민일보가 부동산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복합적인 의미를 보다 폭넓게 조명해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서구 정치에 비해 우리는 미래세대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당장 청년세대의 문제부터라도 정치권과 언론이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나 젠더영향평가처럼 주요 정책이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는 ‘청년영향평가’도 도입해볼 만하다.

△조미현 위원 =위기에 처한 신생아 중환자실을 통해 ‘무너진 소아의료’의 실태를 보여준 기사가 돋보였다. 중요한 사회 문제인 만큼 일회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후속 보도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보완수사권 폐지, 데이터센터의 물 부족, 청년 주거 문제 등 독자가 사회 현안을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사도 많았다. 특히 ‘목마른 AI, 닥쳐올 물 청구서’는 데이터센터가 왜 물 부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경원의 질문’에서 활자 주조공을 다룬 인터뷰도 인상 깊었다.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눈에 띈 칼럼도 여럿 있었다. ‘바벨탑 무너진 AI 시대… 맨몸이 계급이 된다’는 칼럼은 산업 현장에서 AI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에서 도움 되는 내용이었다. ‘작가와 책방의 공존은 가능한가’ 칼럼도 우리가 책과 문화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잘 들춰줬다. ‘엄미새와 AI’ 칼럼도 타인과의 복잡하고 불편한 관계 맺기를 주저하는 청년세대의 단면을 잘 드러냈다.

네팔 현지 취재를 통해 기후재난과 불평등의 관계를 짚은 보도도 인상적이었다. 재난이 닥치면 늘 사회적으로 힘들고 취약한 사람들이 더 큰 부담을 떠안는 현실을 보여줬다. 기후위기의 불평등 문제는 지속적으로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김현욱 위원 =‘롤러코스피 탑승기’는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과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국 금융시장이 상당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까지 짚은 것도 좋았다. 다만 레버리지 ETF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언론이 그 위험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경고해야 했다. 사후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것 못지않게 위험을 미리 알리고 경고하는 것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기획 마지막회에서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경제교육의 출발점은 자신의 형편에 맞게 소비하고 투자하는 데 있다. 이 부분을 앞으로 더욱 강조했으면 한다. 아울러 증권 담당 기자의 주식 보유에 따른 이해충돌 가능성도 언론계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에게 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으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것인데, 이는 언론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부동산, 미래대응기금, 초과세수, 재정건전성 등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지나치게 ‘모 아니면 도’ 식의 흑백논리로 흐르고 있다. 언론이 정치권의 그런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면 독자들의 피로와 불안만 커질 수 있다. 경제정책은 100% 옳거나 틀린 경우가 드문 만큼 언론이 정치권의 주장을 한 번 더 검증하고 다양한 선택지와 장단점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국민일보가 경제정책의 흑백논리를 걸러내고 독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역할을 더욱 강화했으면 한다.

△김재신 위원장 =7~8월 폭염을 겪으며 기후위기를 실감했다. 날씨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도 갈등과 불만이 증폭됐다. 기사의 온도를 잴 수 있다면 지난 두 달은 신문에서도 커다란 ‘기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목마른 AI, 닥쳐올 물 청구서’는 데이터센터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데이터와 인터랙티브 지도로 잘 보여줬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한 점도 돋보였다. 다만 다음 회차가 언제 게재되는지를 미리 알려줬다면 독자들에게 더욱 친절했을 것 같다.

8월 11일자 1면 편집도 인상적이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올해 착공’을 톱기사로 쓰고 가뭄으로 갈라진 저수지 사진과 ‘목마른 AI’ 기사, ‘집은 참 좋은데 삶은 참 힘드네’ 기사를 함께 배치해 기후와 산업, 민생의 문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절묘하게 엮어놓았다.

언론이 뉴스를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를 추적하는 역할도 강화했으면 한다. 한두 차례의 사건을 계기로 성급하게 도입된 규제나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결과와 부작용을 낳았는지 지속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사후 검증이 활성화돼야 규제나 제도로 인한 시행착오도 줄어들 수 있다.

지방정부의 좋은 정책을 발굴해 확산시키는 보도도 의미가 있다. 제주도가 폭염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기후보험’을 도입했다는 기사처럼 다른 지역이 참고할 만한 정책을 적극 소개했으면 한다. 우수 정책 콘테스트 등을 통해 지방정부 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국민일보가 할 수 있는 공익적 역할이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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