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사와 군사사 중심으로 서술돼온 ‘한국전쟁사’에 민간인 학살 피해의 역사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간첩조직에 가담한 검사 등에 대한 서훈 취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8일 오후 강원대 춘천캠퍼스 인문대학에서 열린 ‘2026년 과거사 연구자·활동가 대회’(과거사대회)에서 가장 먼저 논의된 주제는 ‘가해자’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제1세션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등 현재의 과거사 조사기구들에 권한을 주지 않은 가해자 책임과 처벌 문제를 과거사 연구·활동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를 토론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과거사대회는 연구자·활동가·진실화해위원 등이 모여 과거사 연구와 조사 활동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다. 이번 대회 사전 등록자는 120명으로 지난해보다 두배 늘어 행사 직전에 장소를 더 넓은 강의실로 옮기기도 했다.
‘한국전쟁사 다시 쓰기 : 영천의 전투와 학살’을 주제로 제1세션 첫 발표자로 김상숙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1950년 6월 말부터 9월까지 경북 영천지역에서 벌어진 보현산전투 시기의 임고면 아작골·자양면 벌바위학살 등 4가지 사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전투와 학살의 관계를 살펴봤다. 김 교수는 “네 사건은 모두 전투가 진행 또는 임박하거나 종료된 직후에 발생했으며, 학살지 역시 교전지와 군 이동로, 경찰 구금시설이 연결되는 전선 인접 후방에 위치했다. 이는 민간인학살을 전투와 분리된 후방의 치안 사건으로만 볼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전쟁사를 다시 쓴다는 것은 전투와 후방 통제, 민간인의 분류와 구금, 그리고 학살이 전쟁 수행 속에서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하나의 역사로 복원하는 작업이어야 한다”며 “전투사와 학살사를 서로 분리된 두개의 역사에서 하나의 한국전쟁사로 다시 연결하는 ‘한국전쟁사 다시 쓰기’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훈장 받은 고문과 조작의 책임자·기술자들’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방 사무처장은 “서훈 취소는 단순한 사회적 명예와 평판의 실추·저하에 그치지 않고 서훈에 수반되는 물질적·경제적 혜택 박탈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검사에 대한 서훈 취소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작간첩 사건 관련 검사 출신 중 서훈을 받은 이로는 이한동 전 총리, 정형근·이사철 전 의원, 안강민 전 서울지검 검사장 등을 꼽았다. 지난 4월 법무부는 1955년부터 71년간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에게 수여된 훈·포장 및 표창 2만여건의 구체적인 공적 사유를 검증하는 전수조사 작업을 시작한 바 있다.
방 사무처장은 서훈이 이미 취소된 이들이 여전히 국립대전현충원 등에 안장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방 사무처장은 2006년 서훈이 취소된 김윤호(육군 대장), 올해 서훈이 취소된 김종곤(해군 대장), 노태우 9사단장의 참모장을 지낸 백운택(육군 소장) 등을 거론됐다.
‘반헌법행위자열전과 가해자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한국전쟁 직후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조병옥이 대구형무소 등지에 구금된 예비검속자와 재소자들을 군으로부터 인계받아 가창 등지에서 학살한 주요 가해자였다”고 주장했다.
노용석 부경대 교수는 남미에서 최고위층 가해자를 처벌한 페루 후지모리와 과테말라 리오스 몬트 사례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과거사 청산의 가해자 처벌’에 관해 발표했다. 노 교수는 “최고위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은 정권교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피해자·유족과 인권단체의 지속적인 활동, 진실규명과 증거 축적, 국내 사법제도의 변화, 국제인권 규범의 발전이 결합하면서 가능해졌다”고 했다.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 국가폭력연구·활동네트워크 등 11개 기관·단체가 공동 주최하고 춘천시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19일까지 진행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가해자 책임’ 토론한 과거사대회 “간첩조작 가담 검사 서훈취소도 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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