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이란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 또는 용어만 선택적으로 취하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중심 왜곡(Ecocentric Bias)이라 하며,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이 요구된다.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왜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합동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령인구 급감 대비, 교육과정 중복 해소를 위해서”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지금까지 각 군의 벽을 허물어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더니, 사관학교 통합 반대측에서 ‘전문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하자 이번에는 또 ‘전문성도 강화’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언론 기고나 토의를 통해 사관학교 통합이 합동성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논리적이며, 설득력을 지닌다는 게 밝혀졌다. 그런데 사관학교 통합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하자, 이번에는 전문성도 강화한다는 억지 주장을 편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분석되지 않았던 사관학교 통합 배경에 ‘학령인구 급감 대비’ 주장도 있다. 학령 인구가 2040년에는 현재 대비 45% 급감함에 따라 병력 및 생도지원의 감소 추세에 맞춰 우수인재 선발을 위해 교육구조를 개편,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19년 독일의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독일이 군사력을 다시 재건할까 두려워 ‘베르사유 조약’을 체결했다. 신생 독일군의 병력을 10만명 이하로 줄이고 징병제 폐지, 항공기, 전차, 중포 등 무기생산 금지 등이 골자였다. 가혹한 군비통제의 정책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의 한스 폰 젝트(Hans von Seeckt) 장군이 고안한 전략이 바로 ‘전군의 간부화’ 정책이다. 병사는 하사관 교육을, 하사관은 장교 교육을, 장교에게는 상급 부대 지휘 능력을 가르쳤다.
병사는 전쟁을 앞두고 짧은 시간에 육성하고 동원할 수 있는 반면, 장교는 오랜 기간 교육하고 훈련을 거쳐서 숙성된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후 아돌프 히틀러가 재무장을 선언하고 징병을 하자 순식간에 300만명이 넘는 대군을 꾸릴 수 있었다.
현재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초기 장교 등 간부 사망자의 비율은 최대 10% 에 달했고, 대대장급 이상 고위 중견 간부 이상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거의 매년, 365일간 전쟁을 하는 미군의 인력 편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초급 부대에서 상급 부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대편성에는 부지휘관이 당연히 편성됐다. 부지휘관은 유사시 지휘관으로 승진하기 위한 필수 보직이 되다시피 한다.
우리의 야전 실태를 한번 비교해 보면 지휘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전투력 발휘의 창끝부대라 칭하는 중소대급에는 30% 수준이나 미충원돼 공석 또는 임시 대리체제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제병협동작전을 위한 대대급이나, 독립작전이 가능한 여단(연대)은 거의 부지휘관이 보직이 안되거나, 전역 전 임시 대기 수준이다. 이런 인적 구성으로 전시에 주야연속 24시간, 수 주 또는 수 개월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겠는가?
학령 인구가 떨어진다고 하면 이는 정부, 여당이 국가의 가장 큰 정책 중의 하나로 다뤄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인데도 국방부가 대안으로 기껏 내놓은 게, 육·해·공사를 통합해 내륙 한 곳으로 혼합해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한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각 군별 우수인재는커녕 땅에서, 바다에서, 공중에서 어느 곳에서도 각 군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육·해·공군 장교 흉내만 내는 ‘오리형 간부’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패전 후 어려운 상황에서의 폰 젝트 장군의 ‘전원 간부화’, 한 단계 더 높은 상급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간부를 육성하려 한 교훈을 새겨 봐야 한다. 예상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병력이 줄어들고, 사관학교 지원율도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인 접근으로 대응책을 강구하면 극복될 수 있다. 이참에 육·해·공사 사관생도 정원을 대폭 늘리고, 5년 복무 후에 사회 진출하는 제도를 확대 발전시키면 된다. 또 장교의 연봉을 대폭 늘리고, 전역 시에는 전직을 위한 높은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 더욱 합리적이다. 국군사관학교 창설 및 사관학교 이전 비용, 자운대에 있는 기존 학교를 또다시 전남광주특별시 장성, 충북 청원 등으로 이전하는 데 드는 10조원 넘는 비용을 현재의 각군 사관학교 교육 제도 개혁에 투입하면 사관학교를 통합하지 않고도 우수한 인재 지원율을 높이고 군이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야전 초급간부 부족 현상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전역 후에 현재 270여만명의 예비군을 전시 동원시에 하급 제대를 보강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출 수 있게 된다. 한 전·평시 요구되는 부지휘관(자) 공석도 채울 수 있게 된다. 학령 인구 감소 현상을 극복하고, 강군을 육성할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왜 잘못된 방향으로, 80년 간 튼튼히 구축해온 장교 양성체계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을 택하는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첨단 미래전에 대비해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대폭적으로 사관학교 교과 과정을 개편하고, 국내 최고의 우수 교수를 초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단기 근무 후에 사회 진출 시 전역 장교를 제대로 준비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전역 시에 대기업이나 공기업, 국가 기관에서 바로 선발할 수 있을 정도의 교과목으로 재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공 과목은 경제, 경영, 국제관계, 행정, 컴퓨터공학, 전자, 반도체, AI(인공지능), 과학, 수학 위주로 최고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만들면 된다.
사관학교에서의 합동성은 어느정도 각 군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후에 사관학교별 교환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적용하면 된다. 또 보수교육 과정과도 연계 학생 순환, 과목 보강 편성 등과 야전 근무시에도 순환 보직을 강구하거나, 미군의 합동성 자격 증명(JQR·Joint Qualification System) 같은 제도를 발전시키면 된다.
현재의 사관학교 교육과정이 80% 정도 중복 편성됐다는 주장은 잘못된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쟁사’라고 해도 과목 명칭은 같아 보이지만 육·해·공사에 따라 지상전·해전·공중전 등 내용은 전혀 다르다. 공통교육이라고 하는 리더십, 전술학개론, 군사영어, 체력단련 등도 실제 내용은 각 군에 따라 다르고 군별로 특화된 내용이다. 공학도 마찬가지이다. 육사의 토목이나 건축, 전자시스템과 해사의 조선공학이나 전자제어·해양학, 공사의 경우 항공우주, 항공기계, 전자통신 등 배우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
1차세계대전 이후 독일군의 재건과 현대화를 이끈 폰 젝트가 강조했듯이, 간부의 육성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숙성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번 사관학교를 허물고, 졸업하고 이들이 중견 간부가 될 10여년 후가 되면 장교 양성체제의 문제점이 부각돼 국가안보에 큰 구멍이 뚫리는, 돌이킬 수 없는 안보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교육은 더더욱 치밀하게 준비되고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뒤에 추진돼야지, 지금처럼 졸속으로 밀어붙이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백 명이 창을 들고 있어도 지휘하는 한 사람의 호령만 못하다”(是以百人持㦸, 不如一人揮戈) 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가 오기(吳起)가 저술 ‘오자병법 (吳子兵法)’ 이 설파한 간부의 중요성을 상기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김영교 예비역 육군 준장·공학박사
정충신 기자
[기고]확증편향에 빠진 육·해·공사 통폐합론의 허구성…“오리형 간부 육성, 下策으로 안보공백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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