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소득 노인에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향의 ‘하후상박’ 기초연금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방식대로라면 최빈곤층 노인의 기초연금이 오르더라도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노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빈곤노인연대)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기초연금 개편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도입된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된다. 다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면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생계급여 산정에 반영된다. 기초연금을 받는 만큼 다음 달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행 방식을 그대로 둔 채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개편하더라도 최빈곤층 노인의 실질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빈곤노인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생계급여가 삭감된 노인은 87만 명에 이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생계급여 수급자 차재설(69)씨는 “이번 달 기초연금을 입금받으면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해버리면 우린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이냐.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주지 말라”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보건복지부는 늘 예산 당국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복지부의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빈곤노인연대는 “가장 가난한 노인의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기초연금액을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라”며 기초연금 개편 과정에서 생계급여 삭감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 중위소득에 연동하는 복지부의 개편 방안에 대해 “기준 중위소득 100%가 새 기준이어야 할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생활보장 기준을 정하는 데 쓰이는 기준 중위소득을 성격이 다른 기초연금의 수급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정부가 당사자인 시민을 논의 구조에서 배제한 채 하후상박과 선정 기준 변경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와 기준 중위소득 연동 방식을 지적하며 하후상박식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이런 문제는 외면한 채 급여액만 하후상박으로 조정하는 방식은 절대 개혁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초연금 개편안을) 8월 말이나 9월 초에는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에 “월수입 수백만원 노인이나 (수입이) 제로(0)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같다. 이제는 일부는 빈곤 노인에게 조금 후하게 지급해도 되겠지요?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힌 뒤 관련 개편안을 검토해 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