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열린 '배달앱 갑질 피해사례와 수수료상한제법 도입 방향 토론회'에서는 중개수수료율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달비·광고비·할인비용 등 입점업체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 전반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플랫폼이 환불이나 배달 가능 거리, 상품 노출 등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현재의 방식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배달앱 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팔면 팔수록 수수료를 더 내는 구조가 됐다"며 "2만5000원을 팔면 중개수수료에 배달비, 결제수수료 등을 합쳐 플랫폼에 6000원이 넘는 돈을 내는 경우가 생긴다. 재료비가 매출의 절반 가까이 되는 음식점이 이런 비용을 감당하면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특히 '무료배달'의 비용 부담을 문제 삼았다. 그는 "1만원짜리 주문을 받아도 업주가 배달비로 3200원 가량 부담해야 한다"며 "무료배달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매장이 자율적으로 배달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고비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지금은 광고가 사실상 모든 가게들이 참여하는 필수가 됐는데 어떤 기준으로 가게가 노출되는지 알 수 없다"라며 "쿠팡이츠의 경우 할인을 했는데도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주들이 플랫폼에 내야하는 이같은 비용들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은 "업주들이 수수료를 내기 위해 음식의 질을 낮추고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지난해 가게 매출이 10억원 가까이 됐지만 배달앱에 낸 수수료 등이 3억원을 넘었다"고 했다.

배달라이더들도 플랫폼의 일방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문제 삼았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가 받는 배달료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지 알 수 없다"며 "같은 주문이라도 어떤 때는 2300원이고 어떤 때는 2800원이다. 배민도 과거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준을 없애면서 배달료 산정 구조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법률·시민사회 측에서는 중개수수료율만 제한할 경우 광고비·판촉비 등 다른 비용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입점업체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을 합산한 '총수수료' 개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치원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무료배달 비용의 산정·사용 내역과 배달료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알고리즘과 데이터 이동권 등 플랫폼 운영 전반의 투명성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플랫폼의 약관·운영기준 변경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배달앱의 실제 거래조건은 광고 정책, 노출 기준 등 세부 운영기준을 통해 결정된다"며 "수수료 부과 기준이나 가게 노출 범위, 정산 조건처럼 입점업체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플랫폼이 어디까지 변경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율규제 만으로 배달 플랫폼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김혜선 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공정거래정책과 과장은 "법제화를 통해 플랫폼의 거래조건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변경 절차를 제도화하는 한편 입점업체의 협상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후근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정책과 과장 역시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