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원장을 지낸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최근 ‘사관학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제하 언론 기고문에서 사관학교의 경쟁력 저하, 낮은 교육 만족도, 높은 교육비, 교육과정의 유사성 등을 근거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사관학교가 시대 변화에 맞게 개혁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사관학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과 세 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문제다. 최 교수의 주요 주장에 대해 항목별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최 교수는 사관학교의 입학성적 하락, 지원율 감소, 중도이탈 증가 등을 지적하면서 기존 사관학교 체제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각각 분리돼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사관학교 지원 감소와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은 장교라는 직업의 매력 저하, 처우와 복무여건, 장기복무 전망,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원인이 장교 직업 자체의 경쟁력 저하에 있다면 학교를 하나로 합친다고 지원자가 늘어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육사·해사·공사가 오랜 기간 쌓아온 각각의 명성과 정체성을 없애는 것이 우수 인재 확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따져봐야 한다.

​ 따라서 지원율과 입학성적 하락을 통합의 근거로 삼으려면 먼저 그 원인이 분리형 사관학교 체제에 있다는 사실부터 입증해야 한다.

최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에 대한 긍정 평가가 일반 대학보다 크게 낮다는 조사 결과를 들어 현재의 교육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 교육 만족도가 낮다면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사관생도와 일반 대학생은 교육과 생활환경 자체가 다르다. 사관생도는 일반 대학생과 달리 24시간 단체생활, 엄격한 규율, 군사훈련, 체력훈련, 외출·외박 제한 등을 감수한다. 따라서 두 집단의 만족도를 직접 비교하려면 조사 문항과 대상, 조사 방식이 동일한지부터 따져야 한다.

​ 더 중요한 것은 설령 사관학교의 교육 만족도가 낮다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왜 통합의 근거가 되는가 하는 점이다.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교육과정을 고치고, 교수진이 부족하다면 보강하며, 생도 생활과 훈육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면 된다. 교육 만족도가 낮다는 사실은 교육개혁의 근거이지 사관학교 통폐합의 근거가 아니다.

최 교수는 사관생도 1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일반 국립대나 사립대 학생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들어 현행 체제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 그러나 사관학교의 양성비와 일반 대학의 교육비는 구성 자체가 다르다. 사관학교 양성비에는 순수 교육비뿐 아니라 생도의 숙식, 피복, 급여, 군사훈련, 무기와 장비, 체력훈련, 생활관과 각종 군 시설 유지비 등 일반 대학에는 없는 비용이 포함된다. 사관학교는 단순히 학사학위를 주는 대학이 아니라 전시에 부대를 지휘할 장교를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는 군사교육기관이다. 따라서 일반 대학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하다.

​ 통합의 경제성을 주장하려면 기존 세 학교의 운영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자운대에 새로운 캠퍼스와 생활관, 체육시설, 군사훈련시설, 각 군별 전문교육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비용과 이전비까지 모두 포함해 비교해야 한다. 현행체제 개선안과 통합안의 총비용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지 않고서는 통합이 경제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최 교수는 사관학교를 통합하더라도 육·해·공군별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 전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 그러나 사관학교의 정체성과 전통은 교과목 몇 개를 별도로 편성하고 군별 표식을 유지한다고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육사의 화랑대, 해사의 충무대, 공사의 성무대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생도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훈련하며 선배들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장소다. 교훈과 교가, 제복과 의식, 생도생활의 방식, 선후배 문화, 각 군 고유의 교육환경 전체가 장교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 세 학교를 폐교하고 하나의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면 학교 이름과 교육공간, 지휘체계와 훈육체계, 생도생활 자체가 하나로 합쳐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존 육사·해사·공사의 정체성과 전통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전통은 문서나 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공간 속에서 세대를 거쳐 계승되는 것이다.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확고해야 그 위에서 제대로 된 합동성도 형성될 수 있다.

최 교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교양교육과 군사학 교육 상당 부분이 유사하다는 점을 통합의 근거로 제시한다.

​ 세 학교의 공통과목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육·해·공군 장교 모두 대한민국 국군 장교이므로 국가관, 군인정신, 리더십, 전쟁사, 전략, 국제정치, 수학과 과학 등 많은 내용을 공통으로 배워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과목도 각 군의 특성에 맞게 심화·발전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전쟁사를 공부하더라도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전, 공군은 항공전을 보다 중점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 더구나 공통과목이 많다고 학교까지 하나로 합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관학교 교육은 강의실의 교과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군사관학교 생도에게 바다와 함정은 교육의 일부이고, 공군사관학교 생도에게 비행장과 항공작전 환경도 하나의 교실이다. 육군사관학교 역시 야전과 지상작전 환경 속에서 육군 장교를 양성한다. 결국 교과목이 비슷하다는 것과 장교 양성환경이 같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통과목은 공동교육을 확대하면 될 일이지, 그것이 세 학교를 폐교·통합해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최 교수는 사관학교 단계에서는 공통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군별·병과별 전문교육은 임관 후 초군반 등에서 본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논리를 편다.

​ 그러나 여기에는 전문실무교육과 군별 전문성의 기초교육을 혼동하는 문제가 있다. 초군반은 이미 육군·해군·공군 장교로 임관한 사람에게 병과별 실무를 가르치는 과정이다.

​ 사관학교에서는 그 이전부터 육군 장교에게 지상전, 해군 장교에게 해양전, 공군 장교에게 항공·우주전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군별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 이런 전문성과 정체성은 임관 후 몇 달 동안의 교육으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4년간의 교육과 훈련, 생활을 통해 축적된다. 군별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뒤 서로의 능력을 결합하는 것이 합동이지, 전문성을 약화시킨 뒤 그것을 합동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최 교수는 미래전에서는 육·해·공군의 합동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사관학교 단계부터 공동교육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통합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 합동성 강화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합동교육 강화와 사관학교 통합은 같은 말이 아니다. 각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도 공동교과목, 교환교육, 합동훈련, 합동캠프, 공동 프로젝트를 충분히 확대할 수 있다. AI·드론·우주·사이버·전자전 등 미래전 분야도 공동교육을 강화하면 된다.

​ 우리 군은 각 군 자체를 없애는 통합군이 아니라 육·해·공군의 전문성을 토대로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합동군 체제다. 합동성이란 각 군의 전문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론자들이 입증해야 할 것은 ‘합동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각 군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합동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보다 세 학교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왜 더 우월한가 하는 점이다.

최 교수는 당초 1·2학년은 공통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로 돌아가 전문교육을 받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 자운대 통합사관학교안 역시 1·2학년 공통교육, 3·4학년 군별 분류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합동성과 전문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그러나 두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문제는 단지 3·4학년에 군별 과목을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환경 속에서 교육하느냐이다. 해군에게 바다와 함정은 교육환경이고, 공군에게 비행장과 항공작전 환경도 마찬가지다. 자운대 안에 육·해·공군 학부를 나눈다고 기존 각 군 사관학교가 갖춘 전문교육 환경까지 그대로 옮겨갈 수는 없다.

​ 더구나 3·4학년을 다시 군별로 나눠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군별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미 각 군별 전문교육 시설과 환경, 교수진을 갖춘 육사·해사·공사를 없애고 왜 자운대에 다시 세 개의 군별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하는가. 자운대의 군별 전문교육이 현재 각 군 사관학교보다 더 우수하거나 최소한 동등하다는 객관적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

최 교수는 자운대가 대덕연구단지와 가까워 KAIST, ADD, 항공우주연구원 등과 연계할 수 있으므로 미래전 교육에 유리하다는 점을 통합의 장점으로 제시한다.

​ 그러나 여기에는 사관학교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사관학교의 주된 임무는 첨단 과학기술 자체를 연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의 군사적 원리와 운용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교를 양성하는 데 있다. KAIST나 ADD와의 협력은 미래전 교육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사관학교 통합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 설령 이러한 협력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도 공동강좌, 교수교류, 연구 프로젝트, 원격교육, 단기 위탁교육 등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더욱이 미래전 관련 대학과 연구기관, 방산기업은 대전 지역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연구기관과 가까이 있다는 지리적 이점만으로 세 사관학교의 폐교와 통합을 정당화하기에는 논리적 비약이 크다.

최 교수의 지적 가운데 현재 사관학교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지원율을 높이고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하며,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미래전 교육과 합동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지가 ‘현행 그대로 유지’ 아니면 ‘3군 사관학교 통합’ 두 가지뿐인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교육과정을 대폭 혁신하고 공동교육과 합동훈련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 정부가 국가 장교 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면 현행체제 개선안, 2+2안, 자운대 4년 통합안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교육효과, 군별 전문성, 합동성, 우수 인재 확보, 비용, 시설투자, 역사와 전통, 정책 전환의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한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 사관학교 개혁은 필요하고 합동교육 강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이 곧 통합은 아니며, 합동성이 곧 통폐합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 무엇보다 장교 양성체계는 한 번 무너지면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역사와 전통, 정체성과 전문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통합해야 한다면, 그 필요성과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책임은 통합을 추진하는 측에 있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교수

정충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