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 부부를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카메라가 따라간다. 이창동(사진) 감독이 ‘버닝’(2018) 이후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이 감독은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25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은 “보통 사랑 이야기에는 ‘이뤄질 수 없는’ 혹은 ‘불가능한’이라는 말이 따라붙지만 오히려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본질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계속 이어가게 한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집단 해고를 소재로 한 영화를 구상해 왔다는 이 감독은 “대기업 집단 해고는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크고 보통 사람의 삶 자체를 바꿔놓는 사건”이라며 “기술이 발전하고 노동자가 소멸하는 시대가 되면서 처음 이 소재를 생각했을 때보다 지금 이야기해야 할 필연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조합도 눈길을 끈다. ‘밀양’(2007) 이후 19년 만에 이 감독과 재회한 전도연은 남편 호석의 분노가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해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미옥을 연기했다. 설경구는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에 이어 24년 만에 이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해고 이후 분노와 무력감에 빠진 호석을 연기한 그는 “‘박하사탕’ 때는 경험도 부족했고 주어진 감정이 벅차 힘들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정이 그리웠는데, 이번에 그 그리움이 다시 현실이 되니 벅찼다”고 말했다.
두 배우와 달리 조여정과 조인성은 이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했다. 조여정은 집단 해고 사태를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는 감독 예지를, 조인성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구김살이 없는 남편 상우를 연기했다. 이 감독은 예지를 “어쩌면 이 영화에서 나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라는 점에서도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작품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제작 전 과정에서 별도의 간섭이나 요구 없이 감독으로서의 독립성을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9월 2~12일 열리는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 작품을 내년 3월 열리는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 장편영화 부문의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이 부문은 미국 외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를 대상으로 하며 국가당 한 편만 출품할 수 있다. ‘가능한 사랑’은 다음 달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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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집단해고 문제, 지금 이야기해야 할 필연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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