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 대기자]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등 '공간민주주의 헌장(안)' 토론회 열어

8월 27일 국회에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장 김진애), 박주민·한준호·염태영 국회의원. 도시연대·문화연대·인권연대 공동으로 '공간민주주의 헌장(안) 제안' 국회토론회가 열렸다고 한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건축위')는 대통령 소속인 위원회인데, '공간민주주의 헌장(안)'이라는 것을 제안한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건축위 보도자료(2026.8.26.)에서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라는 큰 성과를 이루었지만, 이제 민주주의는 시민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며, "공간민주주의는 시민이 걷고 머무는 거리와 광장 등에서 시작되는 가장 생활적인 민주주의"라고 강조하고, "이번 공간민주주의 헌장(안)이 지방정부의 공간정책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걷고 머물고 가슴 뛰는 공간이 일상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뭔가 실제 헌장이 마련된다면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공간을 통해 민주주의를 오롯이 누리게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건축과 공간 운영 전반에서 공간민주주의 개념을 제대로 반영해 도서관이야말로 '머물고 가슴 뛰는 민주적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랄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토론회에서 제시된 '공간민주주의 헌정(안)'에 담긴 공간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3대 기본원칙은 ▲시민의 권리와 참여를 통한 시민 주체의 공간정책 ▲다원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삶과 문화의 공존 ▲지속가능성과 지역성을 고려한 미래세대와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 6가지 극복과제는 ▲권력 독점에 따른 공간 주체성의 약화 ▲양극화에 따른 공동체 단절과 공간 분절 ▲획일화에 따른 다양성과 지역성의 상실 ▲과시적 개발에 따른 일상의 감동 상실 ▲개발 압력에 따른 공간과 공동체의 단절 및 공간자산 훼손 ▲지역소멸에 따른 지속가능성 위기라고 한다. 실제 공간민주주의의 가치가 일상 속 구체적인 공간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이 공간정책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주권과 ▲시민 숙의를 강화 등 12대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헌장(憲章, Charter)'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집단이나 사회 구성원이 공통으로 지키기로 약속한 기본 규범이자 선언'을 말한다고 한다. 비록 법률처럼 강제성을 가지지는 않지만, 조직이나 사회가 지향해야 할 최상위 가치와 비전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강한 도덕적 또는 정치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헌장은 일차적으로 공동체의 약속과 규범으로 구성원 간 합의로 만들어 진다. 해당 공동체의 기본 권리와 의무, 운영 원칙 등을 분명하게 천명하기 때문에 법률 등의 규범을 만들거나 실제 행동에 있어 기준이 되는 상위의 규범으로서 역할을 한다. 헌장을 제정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해당 조직이나 사회의 존재 이유와 추구하는 사명(미션)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정통성을 특정 기관이나 사회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존재 이유와 미션을 명확히 밝혀 대내외적인 정통성을 드러내는 의미가 있다. 헌장을 가진 조직이나 사회는 구성원들간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수 있고, 조직의 단합을 만들어 낸다. 나아가 사회적 의미를 가진 조직이라면 헌장을 통해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상호 신뢰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헌장의 제정과 실현을 통해 새로운 변화나 혁신을 추구할 때 정확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아마도 건축위가 이번에 '공간민주주의 헌장(안)'을 언급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토론회 이후 실제 최종 채택될 헌장이 기대된다.

도서관 부문에도 '도서관헌장'이 있다

건축위 행사 소식을 접하고, 문득 우리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에서도 이런 걸 해 볼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못할 것도 없고, 할 수 있겠다 싶다. 민주시민사회에 있어 적어도 공공도서관은 민주시민교육의 중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 도서관의 민주적 활동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한 헌장 같은 걸 만들어 봐도 좋겠다.

그런데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 도서관계 사람들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도서관 부문에도 이미 '도서관 헌장'이 있다. 무려 근 60년 전인 1967년 4월 6일 대구에서 개최된 전국공공도서관회의에서 "인류 문화의 유산을 보존하고 새 문화 창조의 온상인 도서관의 사회성과 공익성을 재확인"하면서 도서관의 사명과 운영 원칙을 '도서관헌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천명했다. 모두 5개 조항으로 이루어졌다.

1.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유익하고 공정한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인류문화발전에 이바지한다.

2. 도서관은 모든 문화유산을 보존 활용케 함으로써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데 이바지한다.

3. 도서관은 생활인은 터전으로서 지역사회 개발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다.

4. 도서관은 사회교육기관으로서 자주 자활할 수 있는 시민생활을 영위하는 데 이바지한다.

5. 도서관은 국제문화의 교량으로서의 상호간의 우의와 이해 증진에 이바지한다.

'도서관헌장'을 채택한 후 당시 공공도서관들 일부는 돌에 새겨 도서관 앞에 세워두었고, 일부 도서관에서 현재까지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헌장을 제정한 장소인 대구시 대구통합도서관 누리집에 '도서관헌장'을 그대로 게시하고 있다. 부산광역시교육청 운영 구포도서관도 누리집에 '도서관헌장'을 게시하고 있는데, '구포도서관헌장'이라고 제목에 도서관 이름을 추가한 것이 특이하다. 아마도 역사가 오래된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은 어쩌면 이 헌장을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67년 제정 이후 도서관계는 지속적으로 '도서관헌장'에서 천명한 원칙이나 사명 등을 「도서관법」 등에 반영해 오면서 헌장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올 수 있었다고 믿는다.

한편 1967년 '도서관헌장'이 도서관의 사회적 사명을 선언한 것인 반면, 도서관들의 연합체인 (사)한국도서관협회는 도서관인(사서 등)의 윤리적 입장을 천명한 '도서관인 윤리선언'을 1997년 10월 30일 제정했다. 이 선언은 2019년 2월 28일 한 차례 개정되었다. 이처럼 '도서관헌장'으로 도서관의 사회적 사명을 천명한 이후 도서관인들 스스로 자신들의 윤리적 규범도 명확히 함으로써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과 도서관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도서관헌장'을 새로 쓸 때가 되었다

'도서관헌장'을 제정한 1967년 이후 시대와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렇기에 그러한 변화를 반영해서 '도서관헌장'도 새롭게 쓸 필요가 있다. 그러나 거의 60년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실제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당시 '도서관헌장'의 내용이 오늘날에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지난 60년 시간의 변화와 발전, 앞으로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충분히 잘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당시 도서관계가 '도서관헌장'을 제정한 것은 "도서관 자체로서 가져야 할 신조와 나아갈 방향을 다짐하게 하여 법이 규제하지 못한 폭넓은 도서관의 사명을 재인식시키는 계기" [신학균, "1967년도에 있어서 한국 도서관계를 돌아보며", 『도서관』 제23권 제1호(1968년 1·2월)]를 만들어 내고자 한 적극적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 급격한 사회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는 현재의 도서관들도 다시금 도서관이 가져야 할 신조와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써 널리 천명함으로써 국가나 지자체, 사회 모두가 도서관 문화의 기반과 도서관을 기반으로 한 단단한 민주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촉구하고 도서관들이 실천의 선두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이 추진과제는 실행되지 않은 채 잊혀졌다. 그러니 이제 다시금 이 과제를 되살려 이번 제9기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침 건축위의 적극적이고 선도적 활동처럼 국가도서관위원회도 새롭게 '미래를 위한 도서관 선언'이든 '민주 도서관 헌장' 제정을 시도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도서관인 윤리선언'을 제정한 한국도서관협회와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마침 내년 2027년은 '도서관헌장'을 제정한 지 60년이 된다. 국가도서관위원회를 중심으로 도서관계가 나서고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를 확장해 가길 기대한다.